[한겨레] 아침 10시 기상 밤 12시 일과 끝…하루 30게임 ‘어깨 빠져라’
점심도 10만에 ‘후다닥’
지겹고 외롭지만 그만둘 수 없다…‘프로게이머’ 꿈 이루고 싶어
온게임넷 스파키즈 게임단의 훈련장은 여름이다. 선수들의 반팔 옷에 어울릴 만큼 덥다. 장시간 노동에서 오는 어깨 근육의 경직을 막기 위한 온도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건물에 들어선 훈련장에는 1분에 300타가 넘는 손놀림이 만들어내는 키보드 소리만 가득하다.
오후 2시30분. 훈련이 시작된 지 세 시간이 지났지만 쉬겠다고 짬을 내는 선수는 없다. 훈련 도중에는 상대편이 화장실에 가는 틈의 짧은 휴식이 쉬는 시간의 전부다. 선수 20명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식후 간식으로 나온 사과 세 접시는 고스란히 갈색으로 변해 있다.
오후 4시30분. “점심 먹고 하자!” 코치가 외쳤다. 삼겹살이 푸짐하게 차려졌지만, 10분 넘게 수저를 드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밥상머리엔 정적만 흐른다.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절반은 2층 숙소에 가서 눕고, 나머지의 절반은 다시 훈련장으로 내려가고, 나머지는 빨래를 널고 집안을 정리한다. 빨래와 청소는 연습생들의 몫이다. 틈틈이 하지 않으면, 아침잠을 줄일 수밖에 없다. 코치들도 이 짬을 이용해 공과금을 내러 가거나 장을 본다. 20명의 선수가 한 사람당 30게임씩, 하루 300여 게임이 진행된다. 코치들은 이를 점검하면서 선수들 컨디션도 살피고 전략 조언까지 해야 한다. 눈코 뜰 새가 없다.
밤 9시30분. 저녁 식사에 배정된 시간은 30분. 10시간의 훈련으로 이미 지친 상태. 저녁 식사 뒤 쉬었다가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후다닥 밥만 먹고 바로 훈련에 들어간다. 아예 저녁을 먹지 않는 선수들도 서너명 눈에 띈다.
17살로 팀 막내인 김아무개군은 집에서 보낸 보약을 입에 문다. 저녁은 먹지 않았다. 김군이 소화하는 하루 훈련은 14시간 정도. 새벽 2시를 넘길 때도 종종 있다고 했다. 김군의 꿈은 ‘제2의 임요환’이 되는 것. 온종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느냐고 물으니 “지겹다는 생각을 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지겹다는 생각이 지겨워지면, 외롭다는 생각을 해요. 이렇게 밤 10시쯤 되면 외롭다는 생각도 안 들죠. 아무 생각이 안 나죠.”
그래도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요즘은 프로선수가 되는 것보다 팀에 들어오는 게 더 힘들고, 팀에 들어오는 것보다 주전 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김군은 조금만 더 하면 주전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자기가 한 결정에 책임을 지고 싶다고, 엄마한테 돈을 벌어다주고 싶다고 했다.
밤 12시. 공식적인 하루 일과가 끝났다. 그러나 게임은 계속된다. 하루 훈련량에 대해 코치는 “다른 팀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말했고, 한 연습생은 “이미 학교도 중퇴했고 갈 데까지 간다”고 말했다. 잠자리에 들어야 할 새벽 1시가 넘어도 절반 이상의 선수들은 자리를 지킨다. 연습생 8명은 모두 남아 훈련을 계속했다.
이튿날 오전 9시30분. 공식적인 기상시간은 10시지만 연습생들은 30분 먼저 일어나 훈련장을 청소하고 잡일을 한다. 마대 자루를 쥔 한 연습생은 졸린 눈으로 입을 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프로게이머가 꿈이었어요. 중학교 올라가선 대회에 나가 상도 타고 친구들 부러움도 많이 샀죠. 친구들은 제가 연예인이 된 것처럼 자랑스러워해요. 프로게이머라고.”
14시간 훈련이 기다리고 있는 무보수 연습생 2년차의 하루가 그렇게 또 시작되고 있었다. 하어영 기자










